티스토리 뷰
목차
건강 데이터를 보험과 연계한다는 발상 / 왜 등장했을까?
보험은 통계와 위험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산업입니다.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는 적은 보험료를,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죠. 그렇다면 매일 운동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사람이 보험료를 덜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헬스케어 IoT와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밴드, 체성분 분석기 같은 장치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이 데이터를 보험사가 활용하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 리워드 제공 등의 혜택을 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2020년대 후반부터 주요 보험사들은 웨어러블 데이터를 활용한 ‘건강 리워드형 보험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보험이 단순한 보장이 아닌, 예방 중심의 건강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동시에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게 만드는 유인책이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는? / 어떤 보험사들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현재 웨어러블 연동 보험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존행콕(John Hancock)이 선보인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스마트워치로 걸음 수, 운동시간, 심박수 등을 기록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헬스 클럽 이용권, 커피 기프티콘 같은 실질적인 리워드를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도 2023년 이후 몇몇 생명보험사가 ‘건강관리형 특약’을 부가한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일일 평균 8,000보 이상을 3개월간 유지하면 보험료가 일정 비율 할인되거나, 혈압·혈당 등 건강지표가 개선되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입니다. 일부 손보사에서는 ‘운전습관 연동 보험’도 출시해, 안전운전을 실천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보험상품은 IoT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사의 리스크 예측력을 향상시키고, 가입자의 건강 증진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쌍방향 이득 구조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내 건강 데이터가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이런 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는 괜찮을까? /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보험사가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평가한다는 데 대한 우려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데이터가 악용되거나, 예기치 않은 보험 거절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GDPR(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보험상품과 건강 데이터 연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정보 주체의 동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고지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는 웨어러블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 투명성, 선택권 보장, 비차별성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보험가입 자체가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며, 수집한 데이터는 철저히 암호화하고 타용도 활용은 금지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AI와 결합해 건강 데이터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보험료 계산이나 질병 예방 조치까지 추천해주는 스마트 보험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단순한 할인만이 아니라, 정신건강 관리, 스트레스 지수 분석, 식단 코칭 등 복합적인 웰니스 서비스로 진화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웨어러블과 보험의 연계는 ‘건강한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개인의 선택권과 데이터 주권이 균형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